오죽 답답했으면, 유니폼 가슴 C자도 떼버린 이정후 "이렇게 안 좋았던 적 처음이지만…"

입력
2023.06.02 08:00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일부러 뗀 건 아니고…그냥 변화 한번 줘봤다.”

올해부터 키움 주장을 맡은 이정후(25)의 유니폼 왼쪽 가슴 아래에는 캡틴(Captain)의 약자로 ‘C’자가 새겨져 있었다. KBO리그 10개 팀에서 유일한 20대 주장으로 이정후에게 유독 ‘C’자가 더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정후는 지난달 17일 고척 두산전부터 유니폼에서 ‘C’자를 뗐다. 주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극심한 타격 부진과 저조한 팀 성적에 짓눌린 나머지 이정후는 “이게 있어 잘 안 되나?” 하는 혼자만의 생각까지 했다. C자가 없는 유니폼도 지급되자 기분 전환을 위해 변화를 줬다. 헤어 스타일도 까까머리 가깝게 정리하며 심기일전했다. 

이정후는 “주장의 부담감이 뭔지 잘 몰랐는데 어느 정도 있더라.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모르겠는데 잘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라”며 “어릴 때 형들이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경기를 해야 하고, 잊을 건 빨리 잊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는 말을 하곤 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으로 올해 대권 도전에 나선 키움은 개막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된 선발진을 중심으로 투수력은 괜찮지만 팀 OPS 9위(.661)로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다. 이정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1일까지 49경기 타율 2할6푼7리(195타수 52안타) 4홈런 25타점 OPS .738로 이정후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내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시즌 전 타격폼 조정을 했지만 독이 됐다. 4월 한 달간 22경기 타율 2할1푼8리(87타수 19안타) 3홈런 13타점 OPS .678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 2017년 데뷔 후 이렇게 타격 부진이 오래 간 적이 없었다. 팀 성적 부진과 맞물려 이정후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5월에는 26경기 타율 3할5리(105타수 32안타) 1홈런 12타점 OPS .783으로 어느 정도 반등을 이뤘다. 6월 첫 날인 1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4회 2사에서 수비 시프트를 무너뜨리는 좌전 안타로 상대 선발 문동주의 퍼펙트 행진을 깼다. 9회에는 볼넷을 골라내며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5월부터는 아웃이 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좋은 타구들이 나왔다. 4월은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싶다. 데뷔하고 나서 이렇게 안 좋았던 적은 처음이지만 그런 시기도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팬분들께 죄송하고,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감독님·코치님들께 죄송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를 조금 다르게 보는 시야도 생긴 것 같다. 마냥 안 좋게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가 안 되면서 생각도 많아졌지만 이제는 단순하게 본능에 믿고 맡길 참이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너무 생각이 많았다. 공이 왔을 때 저의 눈과 손을 믿으려 한다. 타격이란 그런 감각과 순간적인 본능이 중요하다. 안 좋은 생각이 본능을 누르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최대한 저의 눈과 손을 믿고 투수의 공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자는 생각으로 타격을 하고 있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주루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출루를 자주 못해 경기가 끝나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치고 아웃된 뒤 덕아웃에서 파이팅만 내다 보니 다운되는 면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이정후는 “출루를 많이 하고 뛰어다닐수록 몸의 에너지나 리듬감이 올라온다. 야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에서 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스포키톡 269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 탈퇴회원
    화이텡
    10달 전
  • jojojo
    화이팅! 응원합니다
    10달 전
  • 바이올렛77
    이정후선수 화이팅
    10달 전
  • 난달려야해
    할수있다
    10달 전
  • 영쓰올씨다후
    키움! 키워봅시다!
    10달 전
실시간 인기 키워드
  • PSG 리그 우승 확정
  • 손흥민 16호골
  • 이정후 3경기 연속 안타
  • 페디 시즌 2승
  • 맨시티 노팅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