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빠져나가려면" 공정해야 할 심판이 '승부 조작' 이라니 [박연준의 시선]

입력
2024.04.14 18:47
수정
2024.04.14 18:47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이민호 심판.

스포츠 심판, 말 그대로 스포츠 경기에서 행위의 규칙 여부를 판정하는 사람을 뜻 한다. 어떤 형식이건 간에 심판이 존재하며 이들은 선수들의 노력이 오가는 그라운드 내에서 보다 공정하게 맞대결이 펼쳐 질 수 있도록 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 기본적이고 당연한 말을 어긴 이들이 있다. 작당 모의로 심판들이 모여 거짓말을 통해 입을 맞추고 일종의 '승부 조작'을 일삼았다. 특히 KBO리그만이 가지고 있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심판은 시스템 콜을 듣고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한다.)을 두고 결과를 조작하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건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NC가 1-0 앞선 3회 말 2사 1루 이재현의 타석에서 벌어졌다.

볼카운트 0볼-1스트라이크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2구째를 던졌을 때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원심은 아웃이었으나, 삼성 측 비디오 판독요청 결과 최종 세이프로 정정됐다.

그러나 여기서 볼 판정이 문제 됐다. 이재학이 던진 2구는 한복판 직구였다. 그러나 주심이던 문승훈 심판이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지 않았고 볼 카운트는 1볼-1스트라이크가 됐다. 계속해서 경기가 진행되던 3볼-2스트라이크 풀카운트 상황. 갑자기 NC 강인권 감독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나와 주심에게 항의했다.

NC 더그아웃에 비치된 KBO 지급 태블릿 PC에 2구째가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태블릿의 내용에 따르면 볼카운트는 3볼-2스트라이크가 아니라 삼진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태블릿 PC 화면상 ABS 결과는 스트라이크, 주심은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에 문승훈 주심이 2구째 공에 대해 볼로 들었냐, 스트라이크로 들었느냐가 화두였다. 만약 주심이 들은 콜 내용이 볼이었다면 이는 ABS 시스템이 오작동 한 것이다.

이에 심판 4심이 모두 모여 의논을 벌인 끝에 NC 측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호 심판 팀장은 곧바로 장내 마이크를 잡고 "음성이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 확인상 스트라이크 확인됐다. NC 측이 이 부분에 대해 어필했으나,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야 했다는 점에서 어필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오작동은 인정하지만, 어필 유효시한이 지났기에 판정 번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심판진 논의 결과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 발생했다. 중계 화면에 심판진의 의논 내용 목소리가 담긴 것이었다. 해당 중계 화면에서 심판진이 나눈 내용에 따르면 1루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이 문승훈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승훈 주심도 짤막하게 "응"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결국 심판진들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로 말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ABS 콜 역시 스트라이크였으나, 이를 오작동으로 둔갑하여 승부를 조작한 셈이다.

해당 논란은 향후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금품을 받기 위해 승부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 행위, 더 나아가 공정해야 할 판정을 바꾼 행동 역시 명백한 승부조작이다.

또 해당 결과는 NC에 패배를 안겼다. 바뀔 수 있는 흐름을 심판진이 끊어낸 결과일 수도 있다. NC는 이날 경기 4회초 1점을 만회했으나 4회말 이재학이 이성규와 김재상에게 연달아 홈런을 맞아 3점을 더 내주었고, 삼성에 최종 5-12로 패배하며 4연승 질주를 마감했다. 심판진의 이 거짓말 하나가 흐름과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야구의 재미를 더럽혔다.

한편 해당 논란에 대해 KBO 역시 엄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저녁 KBO는 MHN스포츠와 전화에서 "ABS 상황실 근무자는 분명히 스트라이크 음성을 들었다고 전했다"며 "ABS 모니터에 스트라이크로 찍힌 것이 심판에게 볼이라는 음성으로 나갈 확률은 0%이며, 경기가 끝나는 대로 심판진에게 경위서를 제출받아 KBO가 조사, 사실 확인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판진의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단호한 한마디를 남겼다.

사진=SBS 스포츠 중계화면<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엔터테인먼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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